2014년 6월 26일

축구를 봤다. 벨기에: 한국 = 1:0

고만고만하게 하더라.

혹자는 1998년으로 돌아갔다고 비난하지만 1998년의 벨기에전 중계를 본 사람으로서, 그 때보다는 확실하게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벨기에가 그 때보다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시의 붕대투신 투혼을 본 사람들은 비교적 상식적이고 무난하게 끝난 오늘의 게임에서, 도저히 안 되는 실력을 글자 그대로 혼신을 날려 만회하려 하는 처절함을 느끼진 못했을 거야. 모르지, 또 다른 혹자는 "근성이 없다"고 비판할 지도. 하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봐.


오늘 경기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게임이었고, 무난하게 졌다.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경기 진행상황을 보면서, 옛날 가본 길을 다시 걷는 익숙한 감정을 되살렸고, 이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홍명보감독은 박주영선수를 계속 넣었다가 이번에는 뺐다.
그리고 이런 게임이 나왔다.
그간 박주영을 꾸준히 넣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였을 것이다.  브라질에는 이기려고 갔다. 그런데 지는 게임이 빤히 보이는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려면 이레귤러, 조커가 필요하지.
런던올림픽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박주영에게 기대를 걸었구나.. 정말 그래서일 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게임을 보고 나는 홍감독 심정을 그렇게 짐작했다.
그냥 박주영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뿐, 오늘 경기를 보고 홍감독에게 뭐라 하고 싶지는 않아졌다.

만약 오늘 후반전에 박주영을 투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별로 색깔이 없고 변수도 없어보이던 오늘 경기상, 박주영이 후반 교체선수로 들어갔다면 정말 재미있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홍감독도 박선수도 1,2차전에서 등에 진 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게 해서 골을 넣는다면 살지만, 못 넣는다면 홍명보감독은 큰 문제가 없지만 박주영선수는 아주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선수를 살리기 위해서 그랬으리라.


한편, 정성룡을 뺀 것은 음.. 나는 축구를 잘 모른다. 골키퍼는 더욱 모른다. 이번 월드컵에서 현지에서 느리고 엉덩이 무거운 골키퍼로 꼽혔다는 정도만 안다.
하지만 보도를 보니 김승규 골키퍼의 오늘 데뷔전은 평가가 꽤 좋았던 모양이다.


홍감독 많이 삭았더라.
이제 축구협회 소환에서 벗어나 될 수 있으면 빨리 자기 팀을 가지고 하고 싶은 축구를 하기를 바란다.

2014년 6월 23일

교황이 마피아를 파문했다는 기사를 보고

돈 까밀로신부(<신부님 우리 신부님>)가 생각났다.
그 시리즈를 보고 "이태리는 이런 나라"라고 상상했는데,
이제 신부가 동네 마피아를 파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4년 6월 22일

축구를 봤다. 알제리전 4:2 / +

다 보지는 못했고, 후반 십여 분 정도부터 봤다.


축구 못하더라.

그런데, 얘길 들어보니 전반전은 더 못했다더라.

러시아전때 우리가 잘 한 게 아니라 러시아가 못해서 서로 만만하게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수비수들 자리도 못 잡고,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밀려서는 수비수끼리 뭉쳐서 어영부영하는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는, 전형적인 '지는 게임'을 하더군.
역습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하프라인 이쪽에서도 넘어가서도 골키핑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워보이고, 공몰고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하고, 패스 성공하는 지 보는 것도 조마조마하고, 그리고 오늘 공격수들은..


감독일을 잘 못 하는 것 같은 홍명보씨보다는 차라리,  어차피 초짜지도자를 쓰겠다면, 선수생활로 바로 직전까지 세계무대를 뛴 박지성씨가 감독을 맡았으면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안 뛰는 선수는 안 뛸 테고, 차범근씨가 감독한다고 해서 확 바뀌지 못한 전례가 있지만.


박주영선수는 이제 케이리그에 돌아와 경력 마무리하고, 선수수명이 끝나면 지도자 연수를 가라. 유럽에 남고 싶다면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홍감독은 앞으로 한동안 국가대표감독은 하지 말기 바란다. 유소년을 기르거나 청소년대표 감독을 맡는 것도 좋을 지도 모른다. 홍감독에게는 부담이 덜할 테고, 어린 선수들에게는 롤모델이 필요하니까. 아니면 K리그에서 자기 스타일로 축구팀을 만들어보거나. 홍감독 발탁 때 사람들이 차감독처럼 될까 걱정했던 것처럼, 축구협회가 너무 일찍 끌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

나도 한국축구를 욕할 입장은 전혀 아니다. 국내리그 거의 안 보니까. 사실상 안 본다.
그냥 2년, 4년마다 급조되는 나이롱이다. 그리고 그래서, 해외파를중용한다는 말에 아무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모르는 만큼 여러 가지 말에 많이 휘둘리는데, 이번 본선의 각 경기에서 홍감독을 그리 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선수 인선에서 엿가락같다며 선발기준, 기용기준이 비판받는 부분은 아무리 선수뽑는 게 감독 꼴리는 대로라지만 팬들이 하는 말이 일리가 있어보였다.

(히딩크가 실제로 그랬든 안 그랬든 간에) 사람들이 히딩크를 떠올릴 만큼 모든 선수들을 공평하게 테스트를 했어야 했다. 원하는 선수가 못 미쳤다면 과외를 해서라도 기량을 끌어올리고 못 올라오면 잘랐어야 했다. 하지만 홍감독은 히딩크만큼 전폭적인 재량권을 위임받지는 못했다. 거기서, 홍명보는 그 어둡고 고집스러워보이는 입매만큼 욕을 먹게 돼 있었다. 만약 16강 진출했다면 홍명보의 혜안을 칭찬하는 소리에 뭍혀버렸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게 허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