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6일

자신이나 가족 건강기록부를 쓰세요?

1.

대학 새내기때,
스물 넷을 넘겨 저희와 같이 입학한 재수생 선배가 술자리 "블랙아웃"을 얘기했을 때
저흰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이랬습니다. 
진짜로 무슨 뜻인 지 몰랐습니다.

나이 스물 둘 때,
스물 여섯인 선배가 술자리에서 이랬습니다.
"너희들, 아침마다 서냐? 난 요즘 안 그런 것 같아 고민이다. 작년까진 안 그랬는데."
..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나이를 조금씩 먹을 때,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 자기 모습이 달라져있는 걸 알게 됩니다. 그건, 아무 관리하지 않아도 선남선녀던 젊은이가 바뀌어가는 과정이죠.

거칠어지는 살결이기도 하고,
운동하지 않으면 오크가 되어 가는 체형이기도 하고,
젖살이 빠져가는 얼굴 모양이기도 하고,
머리카락이기도 하고.. 

제가 나이를 먹었다고 처음 생각한 때는, 소주 한 병을 먹고 밤새 앓았을 때였습니다. 그 때 제 청춘은 끝났고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죠.


저는 그런 시기를 하나 하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건 일기에 기록하기도 했죠.
그래서 가끔 보고 되새기기도 합니다.



2.

그런데, 저 자신 뿐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도 그런 건 기록해야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런 것이죠.

아버지 흰머리가 처음 나온 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처음 수술하신 해.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때와 이유. 결과.
어머니께서 입원하신 때와 이유, 결과.

어머니 자궁과 골다공증 이야기가 처음 나온 해.
어머니께서 처음 폐경기증상을 보인 해와 그걸로 병원에 가보신 해, 그리고 처방.

아버지 체형이 바뀌기 시작한 해.
어머니 키가 줄어든 느낌이 든 해.

아버지 혈압약을 드시기 시작한 해. 그리고 그 경과와 지금 바디스탯.
부모님께서 그동안 장기적으로 복용하신 약과 건강식품

부모님 식습관 특징, 문제점. 고쳐드릴 것.

부모님께서 처음 머리염색을 하기 시작하신 해.

부모님 건강검진 결과표.

이런 것 말입니다.

저는 적은 것도 있고, 기억만 하는 것도 있습니다.
꾸준히 기록을 남기지는 않지만, 부모님이 드시는 약 성분은 모두 확인합니다. 제가 약사는 아니지만 알고는 있는 게 좋으니까.



3.

[ 이런 경우 ]는 참 황당하지만, 실제로 자식들은 부모님이 어떻게 돈쓰시고 무엇을 드시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주변에도 그런 가정이 있어요. 엑기스 좋다고 온갖 산야초와 과일을 절이고 갈아 너무 드시다가 당뇨된 분들. 그리고 민간요법에 넘어가 치료기회를 놓친 분들. 학력이 높고 많이 알면 안 그럴 것 같죠? 글쎄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건 이 경우에도 맞는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노안이 생깁니다. 노안은 시력이 나빠지는 것도 있지만 시야가 진짜로 좁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상이라도 귀가 잘 듣는 주파수대역폭이 달라지고, 맛을 느끼는 것도 달라지며, 골격과 내장의 신체 한계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말입니다. 그리고 몸에 따라 심리도 바뀌어갑니다. 왜냐 하면,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내가 어릴 적 부모님같이 쌩쌩하지 않냐"고 탓하는
철없는 자식이 돼서는 안 되겠죠.


어릴 적에 부모님께서 육아수첩을 적어 관리하셨듯,
성인이 된 우리는 부모님 건강수첩을 적어 관리해야 합니다.

그건 쉬워요. 요즘은.
구글 문서도구에 스프레드시트를 하나 열어 지정하고 그걸 웹브라우저 즐겨찾기에 등록해도 되고,
안드로이드폰 캘린더에 그때그때 적으면서, 나중에 그 항목으로 검색이 되도록 "부모님건강"이라는 글자를 항상 붙여 메모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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